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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응형매달 월급날, 급여명세서 한편에 찍혀있는 '퇴직연금' 항목을 보신 적 있으신가요? 꼬박꼬박 내 돈이 들어가고 있다는 건 알겠는데, 그래서 그 돈이 지금 어디서, 어떻게, 수익을 내고 있는지 정확히 알고 계신 분은 아마 많지 않을 겁니다. 대부분의 직장인에게 퇴직연금은 '회사가 알아서 해주는 것', '나중에 퇴사할 때 받는 퇴직금' 정도로만 인식되곤 하죠.
하지만 만약 당신의 퇴직연금 제도가 DC형 퇴직연금이라면, 이런 무관심은 수십 년 뒤 당신의 노후에 치명적인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잠자고 있는 내 퇴직연금을 깨워 스스로 일하게 만들지 않으면, 물가상승률도 못 따라가는 초라한 수익률에 만족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이 글에서는 '투알못(투자를 알지 못하는 사람)' 직장인이라도 쉽게 이해하고 바로 실천할 수 있도록, DC형 퇴직연금의 기본 개념부터 잠자는 내 노후 자금을 깨워줄 핵심 도구인 IRP, TDF, 그리고 디폴트옵션까지, 그 모든 것을 A to Z로 알려드리겠습니다.
Part 1. 당신의 퇴직연금은 안녕한가요? DC형 퇴직연금 바로 알기
우선 내가 가입한 퇴직연금이 무엇인지 아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퇴직연금은 크게 DB형(확정급여형)과 DC형(확정기여형)으로 나뉩니다.
- DB형(Defined Benefit): 회사가 운용 책임을 지는 방식입니다. 근로자는 퇴직 시 정해진 금액(퇴직 직전 3개월 평균임금 × 근속연수)을 받게 되죠. 안정적이지만, 개인이 운용에 관여할 수 없어 추가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 DC형(Defined Contribution): 회사는 매년 연봉의 1/12 이상을 내 계좌에 넣어주기만 하고, 그 돈을 어떻게 운용할지는 온전히 근로자 개인의 책임인 방식입니다.
즉, DC형 퇴직연금은 내 이름으로 된 '투자 계좌'와 같습니다. 회사가 준 종잣돈을 어떤 상품에 투자하느냐에 따라 30년 뒤 받게 될 퇴직금이 동료와 2배 이상 차이 날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제 왜 우리가 퇴직연금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감이 오시나요?
Part 2. 잠자는 연금을 깨우는 3가지 핵심 도구
DC형 퇴직연금의 중요성을 알았다면, 이제 어떻게 운용해야 할지 알아볼 차례입니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투자가 어렵고 복잡하게 느껴지는 사람들을 위한 강력한 도구들이 있습니다.
① '절세 만능 통장' IRP (개인형 퇴직연금)
IRP는 Individual Retirement Pension의 약자로, 말 그대로 '개인형' 퇴직연금 계좌입니다. DC형 계좌와는 별개로,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절세 필수품이죠. IRP는 크게 두 가지 강력한 기능을 가집니다.
- 퇴직금 수령 및 운용: 회사를 옮기거나 퇴사할 때 받은 퇴직금을 이 계좌로 받아 세금 이연 혜택을 받으며 직접 운용할 수 있습니다.
- 추가 납입을 통한 세액공제: IRP의 핵심 기능입니다. 연금저축과 합산하여 연간 최대 900만원까지 납입하면, 최대 16.5% (총급여 5,500만원 이하)의 IRP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연말정산 때 최대 148만 5천원을 환급받을 수 있으니, 그야말로 '13월의 월급'을 만들어주는 셈이죠.
DC형 계좌를 운용하면서 별도로 IRP 계좌를 개설해 추가 납입을 한다면, 노후 준비와 절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습니다.
② '알아서 굴려주는' TDF (타겟데이트펀드)
"DC형이고 IRP고 좋은 건 알겠는데, 어떤 펀드에 투자해야 할지 전혀 모르겠어요."
바로 이런 분들을 위해 탄생한 상품이 TDF(Target Date Fund)입니다. TDF는 투자자의 은퇴 예상 시점을 목표(Target Date)로 설정하고, 생애주기에 맞춰 자산 배분 전략을 '알아서' 조정해주는 똑똑한 펀드입니다.
- 사회초년생 시기 (공격적 투자): 은퇴까지 시간이 많이 남은 20~30대에는 주식 비중을 높여 적극적으로 수익을 추구합니다.
- 은퇴 임박 시기 (안정적 투자): 은퇴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채권 등 안전자산 비중을 늘려 그동안 쌓아온 자산을 안정적으로 지키는 방향으로 포트폴리오를 자동 리밸런싱합니다.
TDF 하나만 선택해 꾸준히 납입하면, 마치 자산 관리 전문가가 내 옆에서 계속 포트폴리오를 관리해주는 것과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DC형 퇴직연금이나 IRP 계좌에서 어떤 상품을 골라야 할지 막막하다면, 가장 먼저 고려해볼 만한 선택지입니다.
③ '최소한의 방어 장치' 디폴트옵션 (사전지정운용제도)
2022년 7월부터 시행된 디폴트옵션은 DC형 퇴직연금 가입자들의 무관심으로 인해 소중한 노후 자금이 방치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입니다. 근로자가 별도의 운용 지시를 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지정해 둔 방법(상품)으로 퇴직연금이 자동 운용되도록 하는 것이죠.
과거에는 운용 지시를 하지 않으면 적립금이 현금성 자산으로 남아 거의 0%에 가까운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디폴트옵션 제도를 통해, 최소한의 수익률이라도 추구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입니다.
각 회사마다 보통 7~10개의 디폴트옵션 상품(TDF, 밸런스펀드 등)을 제시하며, 이 중 하나를 근로자가 선택하게 됩니다. 만약 내가 어떤 상품을 골라야 할지 정말 모르겠다면, 내 회사가 제시하는 디폴트옵션 상품들의 수익률과 구성을 비교해보고 가장 안정적인 것을 선택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Part 3. 그래서,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할까? (실천 가이드)
이론은 충분히 배웠으니, 이제 실천할 차례입니다. 아래 5단계에 따라 지금 바로 행동에 옮겨보세요.
- 1단계: 내 퇴직연금 앱/웹사이트 접속하기 가장 먼저 본인이 가입한 금융기관(은행, 증권사)의 퇴직연금 관리 앱이나 웹사이트에 접속하세요. 공동인증서 등으로 로그인하면 내 계좌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 2단계: 내 유형(DB/DC) 및 수익률 확인하기 내가 DB형인지 DC형인지 확인하고, DC형이라면 현재까지의 누적 수익률이 얼마인지 살펴보세요. 만약 수익률이 연 1~2%대에 머물러 있다면, 심각하게 포트폴리오 변경을 고민해야 합니다.
- 3단계: 현재 운용 상품 확인 및 변경 고려하기 포트폴리오 현황을 보고, 내 적립금이 '예금'이나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100% 들어가 있는지 확인하세요. 이후 '운용상품 변경' 메뉴에서 다양한 펀드 라인업을 살펴보세요. 이때, 앞서 설명한 TDF 상품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에 편입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 4단계: IRP 계좌 개설 및 추가 납입 계획 세우기 아직 IRP 계좌가 없다면, 이용하는 금융사 앱을 통해 비대면으로 쉽게 개설할 수 있습니다. 연말정산 IRP 세액공제 혜택을 최대로 받기 위해 월 얼마씩 추가 납입할지 계획을 세워보세요.
- 5단계: 내 회사의 디폴트옵션 상품 알아보기 적극적인 투자가 망설여진다면, 우리 회사의 디폴트옵션 제도를 확인해보세요. 어떤 상품들이 지정되어 있는지, 과거 수익률은 어땠는지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큰 공부가 됩니다.
결론: 당신의 노후는 당신의 관심에 달려있습니다
퇴직연금은 더 이상 회사가 주는 '퇴직금'이 아닙니다. 특히 DC형 퇴직연금은 나의 관심과 결정에 따라 결과가 극명하게 달라지는, 당신의 가장 중요한 노후 준비 수단입니다.
IRP라는 절세 통장으로 연말정산 혜택을 챙기고, TDF라는 스마트한 도구로 알아서 굴러가게 만들고, 디폴트옵션이라는 안전장치로 최소한의 수익을 방어하는 것. 이 세 가지만 기억하고 오늘 당장 실천에 옮긴다면, 30년 뒤 당신의 노후는 분명 지금보다 훨씬 더 풍요로워질 것입니다.
지금 바로 당신의 퇴직연금 계좌에 로그인해보세요. 그 작은 클릭 한 번이 당신의 미래를 바꾸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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